저항과 정의의 고장, 남평이야기 -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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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항과 정의의 고장, 남평이야기 -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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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4.03.12 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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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평 동사리 당산제 ‘동사제’

김남철(나주역사교육연구회장)

당산제를 아시나요?
김남철(나주역사교육연구회장)

 

당산굿·동제(洞祭)·당제(堂祭)라고도 한다.

즉 마을의 수호신인 당산신(당산 할아버지와 당산 할머니)에게 마을의 풍요와 평안 등을 기원하는 지역공동체적 의례이다. 제사를 지내는 날은 주로 음력 정월대보름이나 정초가 가장 많고, 그밖에 10월 보름에 제사를 지내기도 한다.

제사를 주관하는 사람은 좋은 날에 태어나 길하고 부정이 없는 깨끗한 사람으로 선정한다.

제관으로 선정된 사람은 아이가 태어나거나 상가집의 출입과 외지 출타 등을 금하고, 개고기 등의 궂은 음식을 피하고 언행을 삼가며, 목욕을 하고 청결을 유지하는 등 모든 일에 조심해야 한다. 제사 지내는 날이 다가오면 당산나무와 당산석·신당 등 제사 지내는 곳을 청결히 한 뒤 금줄을 두르고 황토를 놓아 부정을 막는다.

제물은 화주나 제관집에서 준비하는데 대체로 메(밥)·주(술)·과(과일)·포(육포)·편(전)·채(나물) 등이다.

또한 제당(祭堂)의 잡귀 잡신의 침입을 막고 또 쫓는 의미의 매구굿이 있다. 그리고 제가 끝나고 신을 보내기 위한 날당산굿 등이 있다.

당산제가 끝나면 마을 공동 시설인 우물·창고·정자·다리 등을 돌면서 굿을 친 다음 각 가정을 방문하여 문굿·샘굿·조왕굿·마당굿 등 집안 구석을 돌면서 굿을 치는데, 이를 매구치기 또는 마당밟기·지신밟기라고도 한다.

이러한 당산굿은 당산제를 전후하여 2, 3일 동안 계속되기도 한다.

또한 당산제가 끝난 당일이나 그 이튿날 밤에는 마을사람들이 동서 또는 남녀로 편을 갈라 줄다리기를 하여 그해 농사의 풍흉을 점친다.

이기는 쪽이 풍년이 드는데, 특히 여자쪽이 이겨야 풍년이 든다고 한다. 줄다리기를 한 뒤 줄은 태워서 논밭에 거름이 되게 하거나 당산나무와 당산석에 감아두어 풍년을 기원하기도 하는데 이를 ‘당산 옷입힌다.’고 한다.

줄을 감을 때는 부정을 가리며 감아놓은 줄에는 손을 대서는 안 된다고 한다.

당산제는 다른 동제와 비교하여 볼 때 유교식 제사와 매굿, 줄다리기가 복합 병행되고 있는 점이 특색이다. 또한 다른 동제와 마찬가지로 마을의 풍년과 평안을 위한 제사 의식이자 마을사람들 모두가 참여하여 즐김으로써 축제의 성격도 지니고 있다.

신성 기간 동안 마을사람들은 얽혀 있는 감정을 해소하는 화해의 자리를 마련하고, 마을 주민 모두가 참여하여 일체감을 가짐으로써 지역공동체의 유대를 강화시키고, 노동으로 힘든 생활에 활력을 주는 청량제의 구실을 하였다.

남평 동사리 동사제 일원
남평 동사리 동사제 일원

 

나주 남평 동사리 당산제

나주 남평의 동사리 당산제와 당산 일원은 전라남도 나주시 남평읍 동사리에 있다. 동사리 당산제는 2006년 12월 30일 나주시의 향토문화유산 제5호로 지정되었다.

남평읍 동사리 동구몰에 살고 있는 주민들이 지내는 제례의식이다. 동구몰은 조선시대 남평현의 동문이 있었던 곳에 위치한 마을로 조선시대 지리지에도 기록된 유서 깊은 곳이다. 당산 일원에는 세 그루의 당산나무인 느티나무가 있었는데, 한 그루가 고사하여 사라지고 없어 안타깝다. 다시 식생을 했으니 세월 따라 성장할 것이다.

동사리 당사제의 특이한 점은 당제에는 여자들이 전혀 참여하지 않지만, 제물을 만들 때는 나이 드신 할머니들이 제관보다 몸과 마음을 더 청결하게 유지하며 식사도 하지 않고 음식을 장만했다고 한다.

그리고 당산의 넓적한 돌에 당산의 범위, 당제 비용에 쓰기 위한 마을 공동답 등에 대한 기록을 새겨 두었다는 점도 다른 지역에는 없는 특징이라 할 수 있다.

나주 남평 동사리 남근석

나주시 남평읍 동사리 입구에 당산목과 나란히 세워져 있는 남근석(일명하여 좆바위)은 다산과 풍요를 기원하는 주민들의 소망을 담고 있다. 주민들은 마을의 무사 안녕과 국태민안을 빌며 매년 정월 초사흘 꼬박꼬박 당산제를 봉행하였다.

마을지킴이로 300여년의 세월을 간직하고 있는 이 남근석은 아이를 낳지 못하거나 딸만 낳은 사람들에게 영험하다 소문이 나서 요즘에도 주변 마을이나 도시민, 무속인들이 간혹 찾아 떡시루를 차리고 지성 드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특히 2m 크기의 남근석 위에는 짚으로 만든 뚜껑을 씌우는데 이는 비바람을 막기 위한 것이 아니라 남자들의 바람기를 막기 위함이며, 만약 뚜껑이 사라지면 아낙네들은 남자들이 바람을 피울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지금도 뚜껑은 열리지 않고 지성으로 관리를 하고 있다.

남근석
남근석

 

마을의 무사 안녕과 국태민안을 기원하다

남평 동사리 당산제는 전남 내륙에서 거행되고 있는 마을 의례 중 당산과 제례 과정이 잘 보존되고 있는 대표적인 의례로 남아 있다. 입석에서 풍수비보의 성 숭배 신앙의 잔존 형태를 확인 할 수 있는 유일한 제례 의식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미풍양속인 당산제가 차츰 사라져 가고 있어 안타까운 현실이다. 우리 고유의 문화가 현대 문명으로 변화되는 과정에서 주변의 환경이 파손되어 개발되고 있으며, 종교적인 견해로 인한 전통 의례가 사라지고 있다는 점은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동사제 당제 모습(2024.2.24.)
동사제 당제 모습(2024.2.24.)

 

다행인 것은 남평 동사제는 마을 주민들의 애정과 헌신과 지역문화를 지키려는 나주문화원의 지원으로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최근 코로나 전염병으로 당제를 제대로 지내지 못하다가 다시 동사제 보존회와 마을 주민들의 노력으로 화려하게 부활하였다.

마을의 무사 안녕과 다산과 풍요, 그리고 국태민안의 염원을 담아 정성스럽게 당산제를 지내는 것은 시대가 변한다 할지라도 지켜져야 할 소중한 덕목이자 전통이다.

누구나 건강과 행복한 삶을 바라고, 각자도생이 아닌 더불어 함께 공동체로서 삶을 바라는 우리 인간들의 가장 기본적인 소망이다.

그런 마음과 의식을 담아 연초에 마을 수호신 역할을 하는 당산나무와 남근석에 당산제를 지내고, 또 지키고 이어가는 것은 아름다운 전통이자 역사이다. 어렵고 힘들고 비용이 필요하지만 십시일반하고 함께 참여하여 동사제가 계속 이어지길 바란다.

동사제를 복원하고 관리하기 위해 노력하는 동사리 정옥화 이장과 보존회 어르신들, 남평지역개발발전협의회 젊은 청년들의 헌신과 열정에 박수를 보낸다.

지역주민들과 출향민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성원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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